앵커링 효과 Anchoring Effect(닻 내림 효과)의 오류, 자신을 믿는 어리석음이 부르는 화

자신을 믿는 어리석음이 부르는 화
 
1987년에 애리조나대학교의 교수인 두 연구자 그레고리 노스크래프트(Gregory Nprthcraft)와 마거릿 닐(Margaret Neale)이 재미있는 일을 실행하기로 의기투합했다. 두 사람은 투손에서 가장 존경과 신뢰를 받는 부동산 중개인 몇 명을 한 명씩 따로 어떤 집으로 초대했다. 이들은 다른 누구보다 그 지역의 부동산 시장 및 개별 주택의 가치를 훤히 꿰뚫고 있었다.
노스크래프트와 닐은 그들에게 집을 꼼꼼하게 살펴보라고 한 다음에 몇 가지 엇비슷한 판매 가격과 MLS Multiple Listing Service(미국의 부동산 유통 시스템)에서 뽑은 정보 등을 제공했다.
이 부동산 중개인들은 그 집에 대해서 딱 한가지만 제외하고 동일한 정보를 받았다. 다른 정보란 바로 집주인이 팔겠다는 가격, 즉 호가였다. 어떤 집단에게는 호가가 11만 9,900달러라고 했고, 다른 집단에게는 12만 9,900달러라고 했으며, 세 번째 집단에게는 13만 9,900달러라고 했다. 그리고 마지막 집단에게는 14만 9,900달러라고 했다(만일 독자 가운데 현재 대도시에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해도 이수치를 보고 깜짝 놀랄 필요는 없다. 아주 오래전에 형성됐던 가격이니 말이다.) 이 호가는 중개인들이 그 집을 살펴볼 때 맨 처음 제공됐다.
그런 뒤 노스크래프트와 닐은 투손 지역의 부동산 전문가인 이들에게 그 집의 합리적인 구매 가격을 얼마로 추정하는지 물었다. 즉, 투손 주택시장에서 그 집의 판매 가격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물었다.
그 집의 호가가 11만 9,900달러라고 들었던 집단의 중개인들은 평균적으로 11만 1,454달러라고 대답했다. 12만 9,900달러라고 들었던 중개인들은 12만 3,209달러라고 대답했으며, 13만 9,900달러라고 들었던 중개인들은 12만 3,209달라라고 대답했다. 마지막으로 14만 9,900달러라고 들었던 중개인들은 12만 7,318달러라고 대답했다.
호가             전문가 추정가격
119,900달러   111,454달러
129,900달러   123,209달러
139,900달러   124,653달러
149,900달러   127,318달러
요컨대 호가, 즉 자산이 맨 처음 접했던 가격이 높을수록 부동산 중개인이 추정한 집값이
높았다. 호가 차이가 3만 달러일 때 추정가격은 1만 6,000달러 차이가 났다.
부동산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능력이 의심스럽게 보일것이다. 그런데 노스크래프트와 닐은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을 대상으로도 똑같은 내용의 실험을 했다. 호가는 마찬가지로 추정가격에 영향을 미쳤는데, 이 영향의 폭이 전문가 집단에 비해 훨씬 크게 나타났다. 즉, 호가가 3만 달러 차이 날 때 추정가격은 3만 1,000달러나 차이가 났다. 그러니까 전문가들은 맨 처음 접한 가격에 영향을 받긴 했지만 비전문가들에 비하면 반 정도밖에 영향을 받지 않는 셈이었다.
그러나 어쨌든 누가 추정하든 호가는 당연히 추정가격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 부동산 평가액은 시장의 여러 조건들(최근 주택매매 자료), 주택의 품질(조시 및 MLS정보), 대지와 건평 그리고 학군 및 주변 지역의 경쟁력에 따라 결정돼야 마땅하다. 다른 누구보다 시장과 주택 가격을 잘 아는 전문가들이 주택 가격을 추정할 때는 특히 더 당연한 얘기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호가가 주택의 실제 가치를 평가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두 사람이 진행한 실험에서 정말 재미있는 부분은 따로 있다. 실험에 참여한 부동산 중개인 중 81%나 되는 압도적 다수가 자기는 추적가격을 결정할 때 호가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는 사실이다. 이에 비해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 집다는 63%가 추정가격을 결정할 때 호가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호가는 전문가와 일반인을 가리지 않고 모두에게 영향을 끼쳤지만 정작 본인들은 그런 일이 자기에게 일어나는 줄 전혀 몰랐다는 뜻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사람들이 가장 신뢰하는 자문가는 누구일까? 뭔가 불확실하고 의심이 들 때 사람들은 누구에게 찾아가서 도움말은 청하는가? 부모? 성직자? 교사? 정치인?
사람들이 가장 신뢰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이다. 이는 이미 밝혀진 사실이다. 어쩌면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인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가치판단을 할 때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자기 자신이 탁월하게 똑똑하다고 생각하면서 스스로에게 의존한다. 심지어 본인이 다른 사람들만큼 경험이 많지도 않고 특별히 똑똑하지도 않을 때조차 그렇고, 또 본인이 자기 생각만큼 경험이 많지도 않고 특별히 똑똑하지 않을 때조차 그렇다. 자기 자신에 대한 지나친 신뢰는 상대방에 대한 첫인상을 결정할 때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또 이때가 가장 위험하기도 하다. 첫인상을 결정할 때는 앵커링 효과 Anchoring Effect(닻 내림 효과)의 오류에 쉽게 빠지기 때문이다.
앵커링 효과는 어떤 결정을 내릴 때 그 의사결정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에 좌우돼서 최종적인 결론을 내리게 되는 현상을 뜻한다. 즉, 타당하지 않은 정보가 의사결정 과정을 오염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의 수치가 의사결정을 그다지 자주 오염시키지 않는다고 본인이 생각한다면 앵커링 효과를 크게 염려할 필요가 없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이 정말 위험한 이유는 그 잘못된 출발점이 미래 의사결정의 준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손의 부동산 중개인들에게서 바로 이런 앵커링 효과가 나타났다. 그들은 어떤 숫자를 봤고, 그 숫자를 놓고 생각했으며, 그 숫자에 영향을 받았다. 그런데 그들은 자기 자신을 신뢰했다.
주택 가격이 14만 9,900달러라는 말을 들었을 때 14만 9,00이라는 숫자가 그들의 머릿속에 닻을 내리고 정박했으며, 결국 그 주택의 가격과 연관됐다. 그러고 바로 시점부터 그들은 14만 9,000이라는 수치에 영향을 받았으며, 이 숫자는 그들이 신뢰할 만한 개인적인 기준점이 됐다.
14만 9,900달러’라는 수치를 단지 보거나 듣는 것은 그 집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과 당연히 아무런 연관이 없어야 한다. 그것은 단지 숫자일 뿐이니 말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다.! 명확한 증거가 없고 입증할 수 있는 특정 가치가 없다면, 심지어 다른 맥락의 자료가 많음에도 부동산 전문가들은 자신의 추정치를 바꿨다. 왜냐하면 그들은 14만 9,900이라는 숫자를 제시받았고, 바로 그 순간부터 계속해서 그 숫자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마치 쇳가루가 자석에 빨려들듯이, 혹은 블랙홀에 빨려들듯이 그 숫자에 이끌렸다. 그들은 그 숫자에 닻을 내리고 정박했다.
– 부의 감각, 댄 애리얼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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